책 추천: 하틀랜드 감동 실화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편견이 편견이라고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입니다. 정말로 게을러서 가난해진 것을까요? 교육을 통해 가난과 가정폭력의 대물림에서 벗어난 세라 스마시는 하틀랜드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는 미국에서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통념과 달리 뼈 빠지게 일하고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이유를 보여줍니다.

외할머니에서 엄마로 이어진 10대때 첫 출산

그녀의 엄마는 세라 스마시를 10대때 낳았습니다. 그녀의 엄마 역시 외할머니가 10대때 낳은 아이였습니다. 세라가 태어났을 때 외할머니는 고작 34살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6번 결혼했습니다. 결혼 기간이 짧았던 원인은 모두 남편의 가정 폭력이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미국의 깡촌인 켄자스에서 가난한 여성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결혼밖에 없었습니다. 결혼을 해야만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죠. 6번의 결혼은 6번의 탈출이었습니다. 그러는 과정동안 자식, 특히 딸에게 본인과 비슷한 삶을 물려주게 된다는 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세라의 엄마 역시 세라의 외할머니가 그러했듯 10대 때 세라를 낳았습니다. 다만 외할머니보다 운이 좋았던 부분은 세라의 아빠는 자식들을 차에 둔 채 밤새 술집에 있긴 했어도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진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일정한 주소지 없이 트레일러를 전전하며 사는 극빈층과 달리 그래도 세라네 가족에겐 안정된 집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집이 있었고, 켄자스 남자치곤 가정적인 아빠 덕택에 세라는 10대때 출산,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외할머니나 엄마와 다르게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인 관점에서 집에 집착하다 보니 원초적 욕구가 충족되어도 사람의 마음은 다칠 수 있다는 걸 자꾸 잊게 돼. 어딘가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도 원초적 욕구에 속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누리지 못할 때가 많지.”(본문 중)

어린 시절

캔자스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깡촌입니다. 이곳에서 몇 대째 농사를 지으며 살고있는 백인들은 햇빛에 벌겋게 탄 목 때문에 “레드넥”이라고 불립니다. 열심히 일해서 레드넥이 됐는데 아니러니 하게도 레드넥에는 게을러서 가난한 백인이라는 조롱의 의미가 담겨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고 거의 항상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깡촌 켄자스에서 놀거리라곤 음주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집도 없이 트레일러를 전전하며 살아도 굶지는 않았기에 아무런 문제도 못 느끼며 말이죠.

한 번은 세라의 아빠가 일을 하다 크게 다쳤습니다. 이런 경우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산재 처리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운이 없었거니 하면서 모든 걸 홀로 감당합니다. 아빠가 일을 못하는 기간동안 수입은 없는데 오히려 치료비까지 지출되니 안 그래도 늘 돈이 부족했던 세라네 집에는 돈이 더 부족해집니다.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

세라는 외할머니와 엄마의 삶을 보며 다짐한 게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많으면 그만큼 돈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임신을 했을 때부터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세라가 볼 때 여자에게 임신과 출산은 가난으로 달리는 급행열차일 뿐입니다. 외할머니와 엄마가 출산을 한 덕택에 내가 이렇게 존재하고, 그 부분엔 감사하지만 나같은 삶을 내 딸에겐 왠지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하루는 세라의 아빠가 일을 하다 큰 화상을 당합니다. 얼굴부터 팔까지 상체 절반이 불에 탔고 뼈가 보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당연히 당장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고 종교에 의지했습니다.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너무 끔찍한 그 상처를 병원에 가지 않고 신께서 치료해주실 거라며 집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아빠를 보며 세라는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습니다. 신께서 치료해준다는 믿음이 병원에 가지 않게 만들고, 그저 운이 나빴다는 믿음이 산재처리를 요구하지 않게 하고, 레드넥이라고 비아냥을 당해도 나는 중산층이라는 믿음이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하게 합니다. 세라는 절대 아빠와 같은 믿음을 갖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세라의 엄마, 외할머니가 그러했듯 세라 역시 10대때 집을 떠납니다. 다른 점은 세라의 엄마, 외할머니는 남자에게 갔지만 세라는 학교에 갔다는 점입니다.

“캔자스의 흙바닥에 살고 주방 조리대 위엔 버터 대신 크리스코 쇼트닝 큰 통이 있고 1달러짜리 환불 쿠폰을 꼬박꼬박 모아 발송하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부른다는 건 안빈낙도의 정신 승리이자 동시에 경제 구조에 대한 서글픈 무지의 소산이었어.” (본문 중)

하틀랜드를 쓴 세라 스마시의 현재

세라 스마시는 스마시 가문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며 세라는 자신의 가족 더 나아가 열심히 노동하는 켄자스 주민 대부분이 가난한 이유가 세라의 아빠처럼 그저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몇 대를 이어진 가난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령 미국 빈곤층은 은행에서 정부 지원금을 인출할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인출 한도가 겨우 25달러라 수수료를 몇 번이나 내야합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는 가난한 사람의 얼마 안 되는 돈까지 악착같이 가져갑니다.

그런데 몇 대에 걸쳐 가난이 유전된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합니다. 그저 순응할 뿐입니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를 요구하지 못하고 그 손해마저 감당하며 더 가난해져도 그저 운이 없어서 그런 줄로만 압니다. 왜냐면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가난은 교육받을 기회마저 박탈합니다.

세라 스마시는 하틀랜드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가난이 대물림 될 수밖에 없는 개인적, 사회적 이유를 읽기 쉽게 풀어내었습니다. 이 책은 2019년 Kansas Notable Book Award를 수상하였습니다.

현재 세라 스마시는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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